전염병과 마스크 문화 : 동서양의 차이를 중심으로
먼저 국내에서는 예전부터 독감 철에는 아프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예방적인 차원에서 어린이들부터 노년층까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미세먼지로 인하여 미세먼지가 심할 경우 KF94, KF80 등의 마스크를 쓰고 나가는 것이 드물지는 않았다. 갈수록 심해지는 미세먼지 때문도 있고, 과거에는 황사 철 이외의 미세먼지나 초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주목 받지 못했기 때문도 있다. 2019년도 조사 결과 한국인 81%가 ‘미세먼지 때문에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 미세먼지 나쁨 예보 시 ‘마스크 착용하는 편’은 2014년 29%에서 2017년 37%, 2019년 53%로 대한민국 상당수의 성인들이 이미 외부의 요인(미세먼지 등)에 의하여 마스크를 구매하고 착용한다는 것을 조사결과를 통해 알 수 있었다.[i] 코로나19가 중국 외로 확산되기 이후 동아시아 문화권 중 한국은 2020년 3월 한창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시기에 ‘자신이나 가족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까봐 두렵다’는 질문에 28개 조사국의 평균인 67%보다 높은 조사 대상자 중 87%(28개국 중 3위)가 동의 한 것으로 보아 신종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과 두려움이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일 조사에서 대한민국은 ‘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하는 행동(복수응답)’이라는 문항에서 28개국 평균 33%의 수치에 반해 ‘마스크 착용’ 94%로 1위, ‘손을 더 자주 씻음’은 28개국 평균 78%보다 높은 1위의 수치인 92%, ‘외출 자제하고 사회적 접촉 덜함’은 28개국 평균 54%의 수치보다 높은 3위에 해당하는 85% 수치를 보여주었다.[ii] 또 다른 국내 조사결과 ‘외출 시 마스크 착용’, ‘대중교통, 사무실 등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이 순서대로 96%, 93%로 높은 수치를 보여주었다.[iii]
위와 같은 국내의 높은 마스크 착용 수치는 5월 13일부터 서울시에서 대중교통 혼잡도가 150%가 넘어가는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지하철 탑승이 안 되는 ‘대중교통 혼잡 사전 예보제’의 도입과 대구시의 경우 2주간 계도기간을 거친 후 공공시설 및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최대 300만원의 벌금을 물리는 것과 일부 종교시설 또는 업소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지만 출입을 허용하는 등 사회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의무시하는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며, 일정 사람 이상이 마스크를 착용하게 되면 인간의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문화적 특징에 의하여 남들과 같이 마스크를 착용하게 된다는 평도 있다.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인 중국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이전에는 중국의 도심은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의 온상이었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대중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하는가 하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고객의 상점 출입을 금지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마스크 미착용 상태로 공공장소에 방문하는 방문자나 지하철,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에 탑승하는 행위자를 ‘중대한 공중위생 위반 사항’으로 규정하고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하기도 하며 국민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마스크를 최초로 사용하기 시작한 기록은 1918년-1919년 스페인 독감 대 유행 때부터 마스크를 착용 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대기오염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하였으나 시기가 훨씬 이른 1950년대 일본의 산업화 시기에도 착용하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iv] 그 외에도 현대의 일본인들은 본인의 얼굴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내 표정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이다, 등의 이유로 예전부터 마스크를 착용해왔다. 덕분에 2의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다’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70%로 28개국 중 6위로 상위권을 차지하였다.
유교 문화권인 한국, 중국, 일본의 경우 본인이 아플 때 공통적으로 대중교통 또는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겨 폐를 끼치지 않고 싶은 이유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문화가 있고, 혹시 모를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겨 받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는 공동체 생활 중 개인의 생활 방역에 대한 문화가 존재했다. 실제로 개인이 가장 무방비 한 시간인 식사 시간에 재채기, 코 풀기와 같은 비말이 생성될 수 있는 행위는 최대한 자제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었고, 공공장소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 위와 같은 행위를 큰 소리로 할 경우 사람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기 십상이라는 점에서 확인 가능하다.
아픈 경우가 아니더라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얼굴을 가리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고, 세 국가 모두 도심지의 대기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마스크를 주로 이용하였고, 사계절이 있기 때문에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봄에 꽃가루 알러지가 있는 사람들의 대비책을 사용되기도 하였으며, 추운 겨울에는 방한의 목적으로 마스크를 이용하기도 하였기 때문에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 요인의 위협이 있을 때 다른 서양 국가에 비하여 높은 마스크 착용률을 확인할 수 있다.
동아시아에서 동남아시아로 넘어가도 상대적으로 높은 마스크 착용률을 확인 할 수 있는데 이는 2002년의 SARS의 국지적인 유행으로 인하여 중국과 물리적, 인종적(화교)으로 가까운 싱가포르와 타이완 등 동남아 국가로 전파되었고, 이 뼈아픈 전염병을 겪은 경험이 생활속의 방역인 ‘마스크 착용’의 형태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의 조사에서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다’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태국의 경우 81%로 28개국 중 한국 바로 다음인 2위에 해당하는 마스크 착용률을 보였고,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도 28개국 평균보다는 높은 마스크 착용률을 보였다.
반면 서양의 문화권에서는 마스크에 대하여 부정적인 인식이 대다수이다. 마스크 착용은 ‘질병’ 혹은 ‘범죄’를 연상시킨다고 한다. 프랑스의 경우는 테러와 보안을 위하여 베일과 같은 것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을 금지한 최초의 유럽 국가이기도 하다. 미국은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 등 범죄자나 범죄단체가 얼굴을 숨기거나 범죄 사실을 은폐하는데 복면이 쓰여 이를 막기 위하여 이를 금지하는 취지에서 마스크 금지법이 존재했었다. 이렇게 마스크 착용 문화가 없는 서양 문화권에서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질병 보유자’로 낙인 찍혀 기피 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폭행 등 공격 받는 사례가 있기도 하다. CNN방송은 5월 6일 임상 심리학자 등에 대한 취재를 토대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심리를 분석하는 기사를 작성하였는데 이 기사 중 임상 심리학자인 Steven Taylor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강제로 어떤 행위를 요구할 경우 실제로 그 조치가 자신을 보호한다고 하여도 자신의 자유 의지에 반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저항하게 된다”고 한다. 자유를 소중하게 여기는 서양 사회에서 이와 같은 행위는 자유의 침해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스크가 불편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불편한 것을 강제로 착용시키는 것은 ‘왜 내가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불러 일으키고, 본인 수준에서 정당한 이유를 찾지 못할 경우 또는 납득할 만한 이유를 듣지 못할 경우 마스크 착용 권고에 불복하는 것이다. 또한 어떤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착용자 본인은 질병에 의해 겁먹었다’와 같이 보인다고 생각하여 착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CDC나 WHO의 마스크 착용 권고 기준이 번복되기도 하고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달라 통일된 기준과 권고안이 없기 때문에 대중들이 혼란스러웠기 때문에 더더욱 마스크의 착용 권고에 대하여 의구심이 생겼기 때문도 있다고 본다.
(실제로 미국에서 국가 재난급 감염병이 발생하면 질병 관리의 사령관이 되어 질병 확산의 초기부터 전권을 행사하여 대처하는 Surgeon General의 트위터를 통해 마스크에 대한 권고안이 번복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하면 예전의 생활방식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기도 한다고 한다.[v] 추가적으로 자유를 소중히 하는 미국인의 특성상 마스크 착용 권고와 더불어 봉쇄 명령 등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가 동반되었기 때문에 더더욱 반발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생각한다.
[i] 한국 갤럽 [인터넷]. 데일리 오피니언 제339호(2019년 1월 4주) - 미세먼지 관련 인식 (마스크, 공기청정기 포함); 2019년 1월 24일 [2020년 5월 14일 인용]. URL: https://www.gallup.co.kr/gallupdb/reportContent.asp?seqNo=982
[ii] 한국 갤럽 [인터넷]. 코로나19 예방 행동과 관련 인식 - 2020년 3월 Gallup International 다국가 비교 조사 (1차); 2020년 4월 23일 [2020년 5월 14일 인용]. URL: https://www.gallup.co.kr/gallupdb/reportContent.asp?seqNo=1100
[iii] 한국리서치 [인터넷]. [코로나19] 3차 인식조사(관련 정책평가, 마스크 5부제 등); 2020년 3월 18일 [2020년 5월 14일 인용]. URL: https://hrcopinion.co.kr/archives/15179
[iv] VOA [Internet]. Not Just Coronavirus: Asians Have Worn Face Masks for Decades; 2020 Mar 11 [cited 2020 May 14] Available from: https://www.voanews.com/science-health/coronavirus-outbreak/not-just-coronavirus-asians-have-worn-face-masks-decades
[v] CNN health [Internet]. The psychology behind why some people won't wear masks; 2020 May 6 [cited 2020 May 16] Available from : https://edition.cnn.com/2020/05/06/health/why-people-dont-wear-masks-wellness-trnd/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