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를 바꾼 질병 - 콜레라

 

질병의 현상

 콜레라를 일으키는 병원체는 Vibrio cholera(비브리오 콜레라 균)이다. 콜레라의 대략적인 발병기전을 설명하자면 병원균의 독소가 소장의 상피세포 내의 신호전달 경로를 교란시켜 낭포성 섬유증 막전도 조절인자라는 통로를 통해 염소 이온이 장내로 빠져나오게 하고, 그와 동시에 나트륨 이온이 흡수되는 것을 억제한다.[1] 그 결과 염화 나트륨과 삼투압으로 빠져나간 물이 장내에 대량으로 축적되어 설사를 일으킨다. 물 같은 설사, 구토, 메스꺼움, 탈수 등이 일반적인 증상이고 중증인 경우 쌀뜨물 같은 설사, 체액량의 부족으로 인한 혈압의 급감 등의 증상을 나타내며, 수분-전해질 불균형으로 인한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콜레라의 일반적인 감염 경로는 Fecal oral route로 감염되는데, 분변으로 오염된 손으로 음식을 조리하거나 섭취 할 경우 또는 오염된 물의 음용 등으로 감염되는 것을 뜻한다.

 

인류의 대응과 인류사적 의의 또는 영향

콜레라의 병원균과 감염 경로가 알려진 뒤 콜레라의 전파를 막고 통제하기 위하여 공중위생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보다 청결한 생활습관을 가지기 시작하였고, 도시마다 상하수도 시설이 갖추어졌으며 음용수와 음식물의 오염을 방지하게 되었다. 코흐가 콜레라의 원인균을 발견하기 이전에 위생과 청결을 강조한 인물이 있었는데, 바로 간호학의 토대를 세운 나이팅게일이다. 나이팅게일은 크림 전쟁에서 영국 부상병들이 수송되어오는 스쿠타리의 야전병원에서 근무하였다. 나이팅게일이 도착한 직후의 병원은 약과 필요한 물품이 부족했고, 위생은 무시되었고, 상처부위의 감염과 이로 인한 사망 또는 불결한 위생 상태와 교차감염 등으로 콜레라나 열병과 같은 감염병이 창궐하였다. 나이팅게일은 충분한 영양분을 제공할 수 있도록 식단을 개선하였고, 상처 부위를 닦을 천을 구매하여 한 번에 한 사람에게만 쓰도록 하여 교차오염을 방지하였고, 깨끗한 옷과 침상을 제공하였고, 병동을 전부 청소하였으며, 상하수도 시설을 개선하고 환기 상태를 개선하였다.[2] 그 결과 위생 상태의 1차적인 개선(영양과 청결상태)을 통하여 60%에 육박하는 사망률을 47%까지 내리는 성과를 세웠고, 추후에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통한 추가적인 영양 상태 개선, 하수도 시설 개선을 통하여 사망률을 2.2%까지 줄이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다. 이 모든 행동과 사망률의 감소는 나이팅게일의 통계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정리되어 현대의 위생적인 병원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1)

 전염병에 걸린 환자를 격리하는 것은 히포크라테스가 있던 그리스 시절부터 있던 개념이었다. 하지만 19세기에 들어 검역 조치는 현재 코로나-19의 공포로 인해 한국인이 외국 공항에서 2주간 격리 조치를 당한 것과 비슷하게 선박이 항구로 들어오기 전에, 해안으로부터 떨어진 검역소에 정박하여 콜레라, 티푸스, 천연두, 나병, 황열병, 흑사병 등의 전염병을 검사받고, 그 동안 내륙으로 질병의 확산을 막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당시에는 내과적 지식이 크게 발달하지 못하여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 등이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콜레라의 경우 수액을 공급하여 주거나 다른 질병의 경우 영양제와 진통제를 제공하여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대증요법이 시행되었다. 미국은 1892년에 유럽의 함부르크 발 콜레라의 확산을 막기 위해 현대 보건학에서 이용되는 개념인 검역과 격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3] 뉴욕 보건국과 연방 당국은 유럽에서 오는 선박들을 해안에서 떨어진 검역소에서 5~20일간 격리시켰고, 육지로 질병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였다. 완벽하게 막아내지는 못하였으나 함부르크의 8600명의 사상자에 비하면 뉴욕 내부의 11명의 감염자와 9명의 사망자는 현대적인 보건 개념을 이용한 성공적인 방역 사례라고 볼 수 있다. COVID-19와 같은 범세계적인 전염병이 창궐하여 국가 보건에 큰 위협이 되지 않더라도 현대의 검역체계는 공항 및 항구에서 1차적인 검사 혹은 설문을 통해 질병 의심 환자를 분류하고 추가적인 검사를 통하여 국외에서 유행하는 질병 또는 국가의 풍토병 등이 국내로 유입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질병 천연두

 

질병의 현상

 천연두의 원인 병원체는 Variola major(천연두 바이러스) 또는 Variola minor(작은마마 바이러스)이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구강, 비강 또는 인두에서 발생한 비말로 인하여 전파된다. 비말의 흡인으로 인하여 체내로 들어간 바이러스는 호흡기관의 점액질에서 1주일간 잠복기를 거쳐 림프절로 이동한 후 혈액를 통하여 체내 장기들로 이동하고, 림프절 및 체내 장기에서 증식한 바이러스는 세포를 용해시키고 다시 혈액으로 합류한다. 혈액에서 다량의 바이러스가 보이는 바이러스 혈증이 관찰되고 9일 후 두통, 발열, 오한, 메스꺼움, 근육통이 발생하며 경련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후 피부에 발진을 일으키는데 피부의 기름샘까지 깊이 손상시켜 생존자들은 흔히 곰보라고 불리는 흉터가 영구적으로 남게 된다.

 

인류의 대응과 인류사적 의의 또는 영향

 천연두 바이러스는 약 3천년 전인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5세의 미라에서도 흔적이 발견 된 것으로 보아 인류와 꽤 오랜시간 같이 공존한 질병임을 알 수 있다. 4세기의 중국에서는 천연두로부터의 보호를 기도하는 신을 섬기기도 한 것으로 보이고, 중세시대를 거치면서 천연두는 흔히들 말하는 신의 심판 혹은 악마의 소행으로 여겨지기도 한다.[4] 10세기에는 천연두가 유라시아와 아프리카에 폭 넓게 전파되어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이라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질병이 되었다. 16세기에 유럽의 강대국들이 식민지 확보와 신대륙 탐사에 열을 올림으로써 아메리카 대륙에 천연두가 전파되게 되었고, 이는 유럽인들이 중남미 대륙의 정벌, 즉 아즈텍 문명과 잉카 문명을 함락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제너가 우두법을 통해 천연두에 대한 수동 면역체계를 갖기 이전에  중국인들은 이미 16세기에 천연두를 통제하려는 노력으로 천연두 환자의 고름 딱지를 떼어내 흡입하는 방식을 이용하여 천연두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가지려고 했고, 인도인의 경우 피부에 상처를 내어 바르는 방식으로 바이러스에 대한 수동 면역을 가지려고 하였다.[5]

  하지만 천연두 환자의 딱지를 이용한 인두법은 실제로 천연두를 앓게 될 확률이 존재했고, 이를 해결한 것이 백신의 아버지로 알려진 에드워드 제너와 그의 우두법이다. 그는 우두를 앓았던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장장 25년간의 실험을 통하여 체계적인 정리와 실험으로 우두법을 검증한다. 우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항원 결정기는 천연두 바이러스의 항원 결정기와 아주 유사했으며 유사한 항원에 결합 할 수 있는 항원의 성질인 교차 반응성 덕분에 제너는 우두를 통하여 천연두를 예방할 수 있었고. 인두법과 달리 천연두에 걸릴 위험 없이 수동 면역을 유도해 낼 수 있는 방법을 고안 한 것이었다.1) 하지만 우두법의 전파 초기에는 새로운 방법에 대한 두려움과 소와 관련된 우두라는 질병, 그리고 소의 우두 고름을 이용한 것이기 때문에 신문에서 우두를 접종하면 신체 일부분이 소로 변한다던가 하는 만화를 통해 우두법을 비판하기도 하였다. 결과적으로는 우두법, 즉 원시적인 천연두 백신이 효과가 있음이 보편화 되고 천연두 박멸에 큰 공헌을 하게 된다.


[1] Sherman IW. Twelve diseases that changed our world. John Wiley & Sons; 2007 Aug 1. (세상을 바꾼 12가지 질병 지은이 : 어윈 W. 셔먼, 출판년도 : 2019)

 

[2] Fee E, Garofalo ME. Florence nightingale and the Crimean War.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2010 Sep;100(9):1591.

 

[3] Markel H. Cholera, quarantines, and immigration restriction: the view from Johns Hopkins, 1892. Bulletin of the History of Medicine. 1993 Dec 1;67(4):691-5.

 

[4] CDC [Internet]. The Spread and Eradication of Smallpox; 2016 Aug 30[cited 2020 May 3]. Available from: https://www.cdc.gov/smallpox/history/smallpox-origin.html

 

 

[5] CDC [Internet]. History of Smallpox; 2016 Aug 30[cited 2020 May 3]. Available from: https://www.cdc.gov/smallpox/history/histor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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